
발은 우리 몸의 토대다. 하루 종일 체중을 지탱하고 걸을 때마다 충격을 흡수하며 균형을 잡아준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발 건강을 당연하게 여긴다. 통증이 생기거나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사실 발의 작은 변화는 무릎, 허리, 목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발바닥 아치가 무너지면 걸음걸이가 틀어지고, 이는 골반 불균형으로 이어져 척추측만증을 유발할 수 있다. 족부 전문의로서 수천 명의 환자를 진료하며 깨달은 것은 많은 만성 통증의 근원이 발에 있다는 점이다. 이번 글에서는 발 건강이 어떻게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건강한 발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전문가의 시각으로 풀어내고자 한다.
발과 전신의 생체역학적 연결고리
인체는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이다. 발에서 시작된 문제는 위로 올라가며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이를 운동사슬이라고 부르는데, 발목이 틀어지면 무릎이 보상하고, 무릎의 변화는 고관절로 전달되며, 결국 척추와 목까지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평발인 사람은 걸을 때 발이 안쪽으로 과도하게 회전하는 과회내가 발생한다. 이렇게 되면 정강이뼈도 함께 회전하고, 무릎은 안쪽으로 모이는 형태가 된다. 오랜 시간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무릎 안쪽 연골이 빨리 닳아 관절염이 생긴다. 실제로 퇴행성 무릎 관절염 환자의 상당수가 발 구조에 문제가 있다. 반대로 요족, 즉 발등이 과도하게 높은 경우에는 충격 흡수가 제대로 안 되어 발목과 무릎에 과도한 스트레스가 가해진다. 이런 사람들은 발목 염좌가 잦고 아킬레스건염에 걸리기 쉽다. 골반도 영향을 받는다. 한쪽 발에만 문제가 있으면 걸을 때 한쪽에 더 많은 체중이 실리고, 골반이 기울어진다. 골반이 틀어지면 척추가 S자로 휘면서 척추측만증이 발생하거나 악화될 수 있다.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를 검사해 보면 양쪽 다리 길이가 다르거나 발의 아치 높이가 비대칭인 경우가 많다. 족저근막염도 흔한 질환이다. 발바닥의 두꺼운 섬유띠인 족저근막이 염증을 일으키면 아침에 일어나 첫걸음을 뗄 때 심한 통증이 느껴진다. 이를 방치하면 통증을 피하려고 걸음걸이가 변하고, 그 결과 무릎과 허리에 부담이 간다. 발가락 변형도 문제다.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는 무지외반증은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가 아니다. 걸을 때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해 균형이 무너지고, 다른 발가락에 굳은살이 생기며, 신발을 신을 때마다 통증이 발생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발 건강은 더욱 중요하다. 신경병증으로 감각이 둔해져 상처를 알아채지 못하고, 혈액순환 장애로 상처가 잘 낫지 않는다. 작은 물집이 궤양으로 발전하고, 최악의 경우 절단까지 이를 수 있다.
발 건강을 위협하는 생활 습관과 대응법
현대인의 발을 가장 위협하는 것은 잘못된 신발이다. 하이힐은 발 앞쪽에 체중을 집중시켜 중족골통증을 유발하고, 아킬레스건을 짧게 만든다. 오랫동안 하이힐을 신으면 평소에도 발뒤꿈치를 들고 걷게 되어 종아리 근육이 경직된다. 플랫슈즈도 문제다. 쿠션과 지지력이 없어서 족저근막에 부담을 준다. 특히 딱딱한 바닥의 플랫슈즈를 신고 오래 걸으면 발바닥 전체가 아프다. 너무 헐렁하거나 꽉 끼는 신발도 피해야 한다. 헐렁하면 발이 신발 안에서 움직이며 마찰이 생기고, 꽉 끼면 혈액순환이 안 되고 발가락이 눌린다. 신발을 고를 때는 발볼이 넉넉하고 뒤꿈치가 단단하며 발바닥에 적절한 아치 서포트가 있는 제품을 선택한다. 운동화가 가장 무난하다. 맨발로 딱딱한 바닥을 걷는 것도 좋지 않다. 집에서도 슬리퍼를 신거나 깔창을 사용해서 충격을 흡수하도록 한다. 오래 서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더 신경 써야 한다. 교사, 간호사, 요식업 종사자들은 발 질환 발생률이 높다. 중간중간 앉아서 쉬고,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며, 퇴근 후에는 발을 심장보다 높이 올려 부기를 빼는 것이 좋다. 체중도 중요한 요인이다. 과체중은 발에 과도한 부담을 준다. 체중 1킬로그램 증가는 걸을 때 발에 가해지는 압력을 3~4배 증가시킨다. 체중 감량만으로도 발 통증이 크게 줄어든다. 운동 방식도 점검해야 한다. 달리기는 훌륭한 유산소 운동이지만 발과 무릎에 반복적인 충격을 준다. 러닝화를 제대로 선택하고, 달리기 자세를 교정하며, 주행 거리를 갑자기 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달리기만 하지 말고 수영이나 자전거 같은 저 충격 운동을 병행한다. 발 관리도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한다. 발톱을 일자로 깎고, 각질을 정기적으로 제거하며, 발가락 사이사이를 깨끗이 씻고 완전히 말린다. 습기가 남으면 무좀이 생긴다. 보습도 필요하다. 발뒤꿈치가 갈라지면 통증뿐 아니라 감염의 위험도 있다. 자기 전에 발 크림을 바르고 양말을 신으면 효과적이다.
건강한 발을 위한 일상 속 실천 방안
발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가장 간단한 방법은 스트레칭이다.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발목을 돌리고, 발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이며, 종아리를 늘려준다. 벽에 손을 짚고 한쪽 다리를 뒤로 뻗어 아킬레스건을 늘리는 스트레칭은 족저근막염 예방에 탁월하다. 발가락으로 수건을 집는 운동도 좋다. 바닥에 수건을 깔고 발가락만 사용해서 몸 쪽으로 끌어당긴다. 이 운동은 발바닥 근육을 강화하고 아치를 지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골프공이나 테니스공을 발바닥으로 굴리는 것도 효과적이다. 통증이 있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마사지하면 긴장이 풀리고 혈액순환이 개선된다. 맨발 걷기도 권장한다. 단 풀밭이나 모래사장처럼 부드러운 곳에서 해야 한다. 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의 감각 신경이 자극되고, 발 근육이 자연스럽게 사용되며, 균형 감각도 향상된다. 집에서는 균형 패드나 밸런스 보드를 활용해 한 발로 서기 연습을 하면 발목 안정성이 좋아진다. 깔창 사용도 고려해 볼 만하다. 시중에 파는 일반 깔창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발 문제가 심각하다면 맞춤 깔창을 제작하는 것이 낫다. 족부 전문의나 정형외과에서 발 모양을 분석해 개인에게 딱 맞는 깔창을 만들어준다. 이런 깔창은 아치를 지지하고 압력을 분산시켜 통증을 크게 줄인다. 신발도 정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 운동화는 약 6개월 또는 500킬로미터 정도 사용하면 쿠션이 줄어든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충격 흡수 능력이 떨어진 신발은 발에 해롭다. 발에 이상 신호가 오면 즉시 대응한다. 통증, 붓기, 발적, 변형 등이 나타나면 방치하지 말고 전문의를 찾는다. 초기에 치료하면 간단한 물리치료나 약물로 해결되지만, 만성화되면 수술까지 필요할 수 있다. 당뇨병이나 말초혈관질환이 있다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매일 발을 관찰해서 상처나 변색이 있는지 확인하고, 정기적으로 족부 검진을 받는다. 노년기에는 발 건강이 더욱 중요해진다. 근력과 균형 감각이 떨어져 낙상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낙상은 골절로 이어지고, 장기간 누워 있으면 여러 합병증이 발생한다. 안전한 신발을 신고, 집안 환경을 정리하며, 규칙적으로 운동해서 발과 다리의 힘을 유지해야 한다. 발은 평생 우리를 지탱하는 소중한 기관이다. 지금부터라도 발 건강에 관심을 갖고 관리한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활기차게 걸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