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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 해소와 간 건강 지키는 법

by waveleaf 2025. 11. 19.

숙취 해소와 간 건강 지키는 법

 

회식 다음 날 아침, 지끈거리는 두통과 속 쓰림, 온몸의 나른함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숙취의 고통을 잘 안다. 한국의 음주 문화는 여전히 강하고, 많은 직장인들이 일주일에 한두 번은 술자리를 갖는다. 문제는 반복되는 음주가 간에 엄청난 부담을 준다는 사실이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 불린다. 70퍼센트 이상 손상되어도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소화기내과 전문의로서 수많은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를 치료하며 느낀 점은 예방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이미 손상된 간을 되돌리기는 어렵지만, 올바른 음주 습관과 생활 관리로 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숙취를 효과적으로 해소하는 방법과 함께 장기적으로 간을 보호하는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

 

알코올이 체내에서 분해되는 과정과 숙취의 원인

술을 마시면 알코올은 위와 소장에서 빠르게 흡수되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퍼진다. 뇌에 도달하면 중추신경을 억제해 취기가 오른다. 알코올의 90퍼센트 이상은 간에서 처리된다. 간세포에 있는 알코올 탈수소효소라는 효소가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분해한다. 이 아세트알데히드가 바로 숙취의 주범이다. 독성이 강해서 두통, 구역질, 심박수 증가, 얼굴 홍조를 일으킨다. 아세트알데히드는 다시 알데히드 탈수소효소에 의해 아세트산으로 바뀌고, 최종적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로 분해되어 배출된다. 이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숙취가 덜하지만, 효소 활성이 낮거나 음주량이 많으면 아세트알데히드가 체내에 오래 남아 증상이 심해진다. 한국인의 절반 정도는 알데히드 탈수소효소의 활성이 낮아 술에 약하다. 이런 사람들은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다음 날 숙취가 심하다. 알코올은 또한 이뇨 작용을 촉진한다. 항이뇨호르몬 분비를 억제해서 소변이 많이 나오고 탈수가 발생한다. 탈수는 두통과 피로의 주요 원인이다. 또한 알코올은 위산 분비를 증가시켜 위벽을 자극한다. 과음하면 급성 위염이 생겨 속이 쓰리고 구토가 나온다. 혈당도 불안정해진다. 알코올이 간의 포도당 생성을 방해해서 저혈당이 올 수 있다. 저혈당은 떨림, 식은땀, 어지러움을 유발한다. 수면의 질도 떨어진다. 알코올은 잠들게는 하지만 렘수면을 감소시켜 숙면을 방해한다. 그래서 충분히 잔 것 같아도 개운하지 않다. 이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숙취 증상을 만든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숙취 해소법과 예방 전략

가장 확실한 숙취 해소법은 시간이다. 간이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성인의 간은 시간당 약 7그램의 알코올을 처리한다. 소주 한 병에는 약 70그램의 알코올이 들어 있으니 완전히 분해되려면 10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증상을 완화시킬 방법은 있다. 첫째는 수분 보충이다. 물을 충분히 마셔 탈수를 해소한다. 생수나 이온음료가 좋다. 꿀물도 효과적이다. 꿀의 과당이 알코올 대사를 촉진한다. 둘째는 영양 섭취다. 속이 불편해도 가벼운 식사를 해야 혈당을 안정시키고 간 기능을 돕는다. 콩나물국, 북엇국 같은 해장국이 도움이 된다는 속설이 있는데, 사실 뜨거운 국물이 탈수를 보충하고 따뜻하게 해주는 효과는 있지만 알코올 분해를 빠르게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바나나, 토마토, 달걀처럼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음식이 간 회복에 도움이 된다. 셋째는 휴식이다. 몸이 회복하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히 쉰다. 무리하게 운동하거나 사우나에 가는 것은 오히려 심장에 부담을 준다. 카페인도 조심한다. 커피가 일시적으로 정신을 맑게 할 수는 있지만 이뇨 작용으로 탈수를 악화시킨다. 진통제는 신중하게 사용한다. 아세트아미노펜 계열은 간 독성이 있어 음주 후 복용하면 위험하다. 이부프로 fen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도 위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두통이 심하면 충분한 수분 섭취와 휴식으로 자연스럽게 해소하는 것이 안전하다.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술을 마실 때는 천천히 마신다. 한 잔 마시면 최소 30분에서 1시간 간격을 둔다. 그 사이에 물을 마신다. 빈속에 마시지 않는다. 음식을 먹으면 알코올 흡수 속도가 느려진다. 특히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음식이 좋다. 치즈, 견과류, 고기 등을 안주로 먹는다. 폭탄주는 피한다. 여러 종류의 술을 섞으면 알코올 농도를 가늠하기 어렵고 과음하기 쉽다. 도수가 낮은 술을 선택한다. 맥주나 와인이 소주나 위스키보다 나트다. 자신의 주량을 알고 그 이상 마시지 않는다. 남들과 비교하거나 분위기에 휩쓸려 무리하지 않는다.

 

장기적인 간 건강을 위한 생활 수칙

일주일에 이틀 이상은 금주일로 정한다. 간이 회복할 시간을 줘야 한다. 매일 마시면 간세포가 재생될 틈이 없다. 세계보건기구는 남성 하루 순수 알코올 40그램, 여성 20그램 이하를 권장한다. 소주로 치면 남성 4잔, 여성 2잔 정도다. 이 기준을 넘기지 않도록 주의한다. 정기 검진도 필수다. 1년에 한 번은 간 기능 검사를 받는다. 혈액 검사로 AST, ALT, 감마지티피 수치를 확인하고, 초음파로 간의 상태를 본다. 수치가 높게 나오면 절주하고 재검사를 받는다. B형이나 C형 간염 보균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바이러스와 알코올이 함께 작용하면 간 손상이 가속화된다. 예방접종을 하고 항바이러스 치료를 받으며 음주를 최소화한다. 간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에 의존하지 않는다. 밀크시슬, 헛개나무, 표고버섯 추출물 등이 인기지만 과학적 근거는 부족하다. 오히려 일부 제품은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 약이나 건강식품을 먹기 전에 의사와 상담한다. 균형 잡힌 식사가 최고의 간 보호 방법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통곡물, 저지방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한다. 특히 브로콜리, 양배추, 마늘, 녹차 같은 음식은 간 해독을 돕는다. 지방간을 예방하기 위해 체중 관리도 중요하다. 비만은 알코올과 무관하게도 지방간을 일으킨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한다. 일주일에 150분 이상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한다. 약물 복용에 주의한다. 많은 약이 간에서 대사 되므로 술과 함께 복용하면 간 부담이 커진다. 특히 항생제, 진통제, 수면제는 알코올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약을 먹는 동안에는 금주한다. 스트레스도 간에 영향을 미친다. 만성 스트레스는 염증을 증가시키고 면역력을 떨어뜨려 간 질환을 악화시킨다. 명상, 취미 활동, 충분한 수면으로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무엇보다 음주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술을 안 마신다고 눈치 주는 분위기를 없애고, 적당히 마시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회식 자리에서 논알코올음료를 선택하는 것도 권리다. 간은 한 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하면 이식 외에는 방법이 없다. 지금부터라도 술과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간 건강을 지키는 습관을 들이자. 오늘의 선택이 10년 후 건강을 결정한다.